구례 산수유꽃 축제
산수유마을의 아찔한 봄날
아찔한 꽃멀미를 안겨주는 산수유 물결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나오는 이 한 문장은 산수유꽃을 묘사한 수많은 글 중 으뜸으로 꼽힌다. 산수유꽃 한 송이는 매화나 동백처럼 마음을 흔들지 못하지만 무리지어 서 있는 산수유나무는 아찔한 꽃멀미를 안겨준다. 산수유마을로 불리는 구례 산동면에는 무려 11만 7,000그루가 넘는 산수유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최대 산수유 생산지인 이곳은 산수유 꽃망울이 터지기 시작하는 3월 중순부터 4월 초순까지 마을마다 노란 물결로 뒤덮인다.
산동(山洞)면은 ’산동네’라는 의미다. 지리산 노고단 아래 자리 잡고 있는 이 마을은 산비탈에서 잘 자라는 산수유나무가 살기 좋은 환경을 갖추었다. 지리산에서 흘러온 물이 산수유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질러 섬진강으로 달려간다.
꽃그늘 아래 지리산 맑은 물이 흐른다
산수유마을은 지리산온천관광단지에서 시작된다. 온천단지를 지나면 노오란 산수유꽃이 반기고, 본격적으로 마을들이 이어진다.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산수유사랑공원이다. 커다란 산수유꽃 조형물이 서 있는 공원에 오르면 몽실몽실 노란 구름에 둘러싸인 산수유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산수유사랑공원을 내려오면 작년에 문을 연 산수유문화관이 자리잡고 있다. 산수유문화관에서 산수유에 관한 궁금증을 해결하고 나서면 커다란 무대가 마련된 행사장이 있다. 산수유꽃축제가 열리는 동안 이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산수유축제 행사장에서부터 대평마을, 반곡마을, 하위마을 그리고 상위마을까지 거리는 약 2km 남짓, 산수유꽃이 화려하게 줄을 잇는다. 마을과 마을 사이에는 계곡을 따라 꽃담길이 이어진다. 꽃담길은 산수유꽃 터널이다. 사람들 머리 위로 산수유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꽃그늘 아래로 지리산 맑은 물이 도란도란 흐른다.
산수유마을 가장 위에 자리 잡은 상위마을은 3만여 그루 산수유가 빼곡한 대표적인 산수유마을이다. 산수유꽃과 어우러진 돌담길에 서정적인 멋이 그윽하다. 굽이굽이 돌담길을 따라 걸으면 사람조차 노랗게 물들어 꽃이 된다. 조금 더 한적하게 산수유꽃을 즐기고 싶다면 현천마을을 추천한다. 현천마을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산수유 시목(始木)이 있는 계척마을이다. 중국 산둥성에서 가져와 우리나라에 가장 먼저 심었다는 시조 산수유나무가 그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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